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효과적인 방법은?
시각집중력과 청각집중력을 모두 잡아라
어떤 그림책이 정서지능에 좋고, 어떤 그림책이 주의 집중력을 키우는 데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즉, 주의집중력을 키우는데 좋고 나쁜 그림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책이라면 아주 질이 떨어지는 조악한 작품이 아닌 한 모두 그런 효과를 낸다. 어떤 책이나 그림이 있고, 그 책을 부모가 읽어주면 된다. 귀로 듣는 소리는 청각 주의력을, 눈으로 보는 그림은 시각 집중력을 키운다. 인간의 뇌에서 수용언어를 담당하는 부위인 베르니케 영역은 12개월 이전에 이미 발달한다. 청각 집중력을 키울 준비가 12개월에 이미 되어있다. 이 시기부터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귀에 의존해 이야기를 듣는 훈련을 하면 될 수 있다. 글자와 같은 기호는 반복적인 훈련을 해야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고도의 두뇌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야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발달에 맞게 선택하고 읽어줘라
주변 상황이 어떻든 자신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특정한 자극에 계속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 주의력이라고 한다. 이는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데 중요하다. 아이가 그림책을 즐겨 읽는다면 주의 집중력은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그림책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림책이 아무리 주의 집중력에 좋다고 해도 그 효과를 볼 수 없다.
아이는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보다 엄마의 목소리에 가장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의 뇌는 엄마의 목소리에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첫 번째 조건은 아이가 글자를 알더라도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다. 유아기 아이는 부모가 관심이 있거나 부모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일단 호의적이다. 먼저 부모 자신이 그림책을 정말 즐거워하면서 재미있게 읽어주자. 전자책을 읽는 것보다 재미있게 읽지 못해도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는 그림책으로 부모의 연기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독서발달단계에 맞는 그림책 읽기
다음으로 배려해야 하는 것은 아이의 독서 발달이다. 독서 발달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아이의 운동 발달, 감각 발달, 언어발달, 사회성 발달, 주의력 발달 등 신체와 뇌 발달이 모두 포함된다. 연령 별 뇌 발달에 맞는 그림책을 간단히 살펴보면
0-24개월은 3층 ‘이성의 뇌’인 대뇌피질과 2층 ‘감정의 뇌’인 변연계가 통합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통합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애착과 오감 발달에 좋은 자극이다. 이 시기 그림책을 고르거나 읽어줄 때 정서가 안정되고 애착을 잘 형성할 수 있는 것에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고르면 좋은 그림책은 '초점 그림책', '오감 자극 그림책', '정서발달 그림책' 등이다.
3-4세는 좌뇌와 우뇌 사이에 있는 뇌량이 커지는 시기이다. 뇌량이 커지면서 좌뇌에서 처리하는 정보와 우뇌에서 처리하는 정보를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언어적으로 보면 좌뇌는 말의 내용, 우뇌는 말의 리듬과 억양을 담당한다. 좌뇌와 우뇌가 통합이 잘 되게 하려면 진짜를 보여주고, 사실적인 체험을 많이 해야 한다. 이때는 '자연 원리의 그림책', '언어 그림책', '수학 그림책', '생활 그림책' 등이 좋다.
5-취학 전에는 대뇌피질의 전두엽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자아가 통합되고, 좀 더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다. 주어진 것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서히 개성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때는 스토리가 다소 길어도 이해할 수 있고, 괴물이나 요정 등 환상의 세계를 좋아하기도 하고, 선과 악에 대한 다소 복잡한 이야기도 관심을 갖게 된다.. 다양한 그림책을 접하는 것이 좋지만 그림책 선택은 아이가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기 주도성에 좋은 영향을 준다.
주의 집중력 높이는 그림책 읽기 비법
아이가 어릴수록 산만한 이유는 뇌가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는 아직 자신에게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를 잘 모른다.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주변 모든 상황에 민감해야 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는 매 순간 새로운 환경을 만난다. 그때마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주의를 빨리 분산시킨다. 취학 전에는 아이의 뇌가 발달할 수 있도록 많은 자극에 노출해야 하고, 주입식 환경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아이 스스로 집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능력을 키우게 하는 그림책 읽기 방법이다.
첫째, 짧은 집중력을 고려하라. 집중력을 키우려면 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려면 아이의 짧은 집중력 시간에 맞게 읽어줘야 한다.
생후 12개월 전후의 아이는 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5~6장이 있는 그림책을 골라 재미있게 읽어주고 끝내야 한다. 12개월 전후의 아이들은 책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가 넘겨지는 움직임을 보고,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빠른 장면 전환으로 지루하지 않게 해야 한다.
둘째, 부모와의 교감으로 집중력을 강화시킨다. 어린아이일수록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그림책 탓이 아니라 부모 탓이다. 아이에게는 그림책이 어떻게 생겼는지보다 부모가 어떻게 읽어주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아이는 부모의 품에 꼭 안겨서 부모의 체온을 느끼고,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을 나눈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다. 부모와 함께 읽은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것은 ㅂ모의 사랑과 관심을 아이에게 전하는 좋은 방법이자 기회다.
셋째, 리듬감 있고 짧은 글이 있는 그림책을 골라라. 그림책에서 글은 그림에 비하면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글이 감각적이면 내용을 더 빨리 흡수할 수 있다. 어린아이일수록 리듬감 있고 간결하며 생동감이 있는 글에 더 집중을 잘한다. 아이들이 동요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밥상 위에 도토리 누구 밥일까?
다람쥐가 쪼르르 도토리 앞에.
밥상 위에 홍당무 누구 밥일까?
토끼가 깡충깡충 다람쥐 옆에.
밥상 위에 좁쌀 누구 밥일까?
병아리가 종종종 토끼 옆에.
밥상 위에 물고기 누구 밥일까?
고양이가 사뿐사뿐 병아리 옆에.
<<모두 모여 냠냠냠>>(이미애 글/김달성 그림/보림)에 나오는 글이다. 의성어나 의태어가 있는 대구가 계속 반복된다.
넷째, 재미를 줄 정도로만 유창하게 읽어줘라. 그림책은 책 속의 그림이나 내용을 잘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읽어주면 된다. 읽어주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면 아이는 그림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림책 속 '그림'이 줄 수 있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다섯째, 호기심을 해결하는 그림책 읽기를 하라. 뇌는 본능적으로 호기심과 즐거움에 반응한다. 뇌는 뭔가 얻을 것이 있어야 집중한다. 그림책에 집중하게 하려면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고르거나 부모가 미리 읽어본 후 아이가 궁금할 만한 것을 생각해 놓고 읽은 중간중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여섯째,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만 뽑아서 읽어도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페이지가 많은 그림책이라면 아이가 한 번에 전부 읽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때는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부분 위주로 읽어줘도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 위주로 읽은 후, 아이가 그 책의 전체 내용을 궁금해하면 그때 조금씩 잘라서 읽어준다. 그림책이 전하려는 스토리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아이가 부분이라도 그림책을 읽은 후 뭔가를 느끼고 얻은 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소 황당하고 부모가 생각하는 정답과 거리가 멀더라도 진심으로 경청해 주도록 한다. 아이의 말에 집중해야 아이도 부모의 목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